No.25 · 조직

병원 회의 잘하는 법

목표가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직원이 아니라 회오리바람이다 — WIG, 선행지표, 점수판, 주 20분 세션. 실행이 되는 회의의 4원칙.

문석준 서울비디치과 대표원장 · Patient Funnel 창립자 10분

한 문단 요약

연초 목표가 3월이면 증발하는 이유는 직원의 게으름이 아니다. 예약 전화, 어시스트, 수납이라는 회오리바람(일상 업무)이 긴급함의 힘으로 중요한 목표를 매일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 직원들은 게으른 게 아니라 회오리바람에 정직하게 복무 중이다. 처방은 4가지 원칙 —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하나만("X에서 Y로, 언제까지"), 결과가 아니라 오늘 움직일 수 있는 선행지표에 집중, 5초 안에 승패가 보이는 선수의 점수판, 그리고 회오리바람 얘기가 금지된 주 20분 WIG 세션. 사람은 지시받은 목표에 순응하고, 스스로 선택한 공약에 헌신한다.

1월의 병원 회의실은 희망차 있습니다. "올해는 재예약률을 잡자", "리뷰 관리 체계화하자", "직원 교육 정례화하자". 화이트보드가 가득 찹니다. 그리고 3월의 같은 회의실 — 그 목표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원장이 내리기 쉬운 진단이 "우리 직원들은 의지가 약해"입니다. 실행 전문가들이 수천 개 조직을 연구하고 내린 결론은 정반대입니다. 직원들은 게으른 게 아니라, 회오리바람에 정직하게 복무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략의 적은 나태가 아니라 회오리바람이다

회오리바람이란 조직을 오늘 하루 돌아가게 만드는 모든 일상 업무입니다. 울리는 전화, 밀리는 대기실, 진료 어시스트, 수납, 자재 주문, 컴플레인 응대. 하나같이 필요한 일이고, 하나같이 긴급한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실행의 제1법칙이 있습니다 — 긴급함은 언제나 중요함을 이깁니다. '재예약률 개선'은 중요하지만 오늘 안 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울리는 전화는 지금 안 받으면 당장 사고가 납니다. 그러니 직원이 목표 대신 전화를 받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성실입니다.

이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처방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의지라면 처방은 다그침이겠지만, 문제가 구조라면 처방은 설계입니다. 회오리바람은 없앨 수 없습니다 — 그게 병원의 생명줄이니까요.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회오리바람 한가운데에, 회오리바람이 침범할 수 없는 작은 공간을 구조적으로 확보하는 것. 그 설계도가 지금부터의 네 가지 원칙입니다.

원칙 1 —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하나다

실행 연구에서 가장 잔인한 데이터부터 보시겠습니다. 회오리바람과 병행하면서 팀이 달성해내는 목표의 수 — 목표가 2~3개일 때는 대부분 달성합니다. 4~10개면 한두 개. 11개 이상이면 0개에 수렴합니다. 1월의 화이트보드가 실패한 이유는 목표가 나빠서가 아니라 많아서입니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선언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그래서 첫 원칙은 '가장 중요한 목표(WIG·Wildly Important Goal)' 하나를 고르는 것입니다. 고르는 질문은 이겁니다 — "다른 모든 것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한 채, 단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그리고 형식은 반드시 이렇게 — "X에서 Y로, 언제까지." "재예약률을 61%에서 75%로, 12월 31일까지." 현재값이 있고, 목표값이 있고, 마감이 있는 문장만이 목표입니다. "재예약 강화하자"는 목표가 아니라 기분입니다.

규모가 있는 병원이라면 병원 WIG를 팀 단위로 내려보냅니다. 병원이 "재예약률 61→75%"라면, 데스크는 "검진 예약 동반율 40→70%"처럼 자기 팀이 통제할 수 있는 하위 목표를 스스로 정하는 겁니다. 직원 몇 명의 병원이라면 병원 전체 WIG 하나로 충분합니다. 참고로 안전과 법규 준수는 WIG가 아닙니다 —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기준이고, 협상 대상이 아닙니다.

원칙 2 — 결과가 아니라, 오늘 움직일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한다

재예약률, 월 매출, 신환 수. 이런 숫자들의 공통점은 이미 끝난 결과라는 겁니다. 후행지표. 중요하지만, 오늘 아침에 우리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체중계에 백 번 올라가도 체중은 안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빠지게 하는 것은 식단과 운동 — 선행지표입니다.

선행지표의 조건은 둘입니다. 결과를 예측하고, 팀이 통제할 수 있을 것. 판별 질문은 하나면 됩니다 — "우리가 오늘 당장 이 숫자를 움직일 수 있는가?" 재예약률이 WIG라면, '진료 마무리 시 당일 다음 예약 제안률'과 '미내원 환자 해피콜 완료율'이 선행지표 후보입니다. 오늘 제안을 열 번 할지 두 번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대부분의 원장이 실수하는 지점 — 선행지표를 원장이 정해서 내려보내는 겁니다. 참으십시오. 선행지표는 팀이 짧은 워크숍에서 스스로 찾게 해야 합니다. 리더는 질문만 던지고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유는 마지막 원칙에서 분명해집니다.

사람은 지시받은 목표에 순응하고, 스스로 선택한 공약에 헌신한다.

원칙 3 — 선수의 점수판을 걸어라

원장실 모니터 속 엑셀 대시보드는 '코치의 점수판'입니다. 정보는 많은데, 선수들은 안 봅니다. 필요한 것은 선수의 점수판입니다. 조건은 단순합니다. 탕비실이나 직원 동선의 벽에, 손으로 그린 A1 폼보드 한 장. 목표선 하나, 실적선 하나. 그리고 시금석 — 지나가던 직원이 5초 안에 "우리가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 판정할 수 있는가. 5초 안에 안 보이면 점수판이 아니라 장식입니다.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팀이 만든 점수판은 팀의 것이 되고, 실적선을 매주 직접 올려 그리는 손이 게임의 감각을 만듭니다. 단, 두 가지 규칙 — 점수판은 성과 평가와 분리할 것(점수가 급여를 위협하는 순간 숫자는 조작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수판 앞에서 개인을 질책하지 말 것(그 순간 점수판은 팀의 게임판에서 공개 처형대로 바뀝니다).

실행 시스템 자가 진단

우리 병원의 목표와 회의를 놓고 점검해 보십시오.

  • 지금 병원의 최우선 목표를 직원 아무나 붙잡고 물었을 때 같은 답이 나오는가
  • 그 목표가 "X에서 Y로, 언제까지" 형식으로 적혀 있는가
  • 결과(후행지표)가 아니라 오늘 움직일 수 있는 행동(선행지표)이 정의되어 있는가
  • 직원 동선에 5초 안에 승패가 보이는 점수판이 걸려 있는가
  • 매주 같은 시간, 회오리바람 얘기가 금지된 20분 세션이 지켜지고 있는가

원칙 4 — 주 20분, 회오리바람 출입금지 구역

마지막 원칙이 앞의 셋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주간 WIG 세션 —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 20분. 순서는 셋뿐입니다. ① 지난주 공약 결과 보고 ② 점수판 확인 ③ 이번 주 공약 선언. 각자가 "이번 주 나는 점수판을 움직이기 위해 ○○을 하겠다"를 스스로 정해 말하는 겁니다.

철칙이 셋 있습니다. 첫째, 이 20분 동안 회오리바람 이야기는 금지입니다. 자재 문제, 스케줄 조정, 다음 주 휴가 — 전부 다른 회의로. 이 시간은 오직 WIG만 다룹니다. 그 격리가 이 회의의 존재 이유입니다. 둘째, 취소는 없습니다. 단축만 있습니다. 바쁜 주엔 10분으로 줄이더라도 반드시 엽니다 — 한 번 건너뛴 주에 회오리바람은 그 공간을 영구 점령합니다. 셋째, 원장도 자기 공약을 보고합니다. 원장이 점수판 위의 선수가 되는 순간과 심판석에 앉는 순간, 팀의 공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제 아까의 질문 — 왜 선행지표를 팀이 찾게 하는가 — 의 답이 보입니다. 매주 자기 입으로 공약을 말하고 다음 주 동료들 앞에서 결과를 보고하는 구조에서, 그 공약이 남이 시킨 것이라면 의무가 되고 스스로 고른 것이라면 약속이 됩니다. 순응은 회오리바람을 이기지 못하지만, 헌신은 이깁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면 — 반드시 기념하십시오. 승리의 경험이 있는 팀만이 다음 WIG를 스스로 반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실행이 안 되는 병원에 필요한 것은 더 긴 회의도, 더 강한 다그침도 아닙니다. 더 좁은 과녁과 더 짧은 회의입니다. 이번 주에 하나만 하십시오 — 개선하고 싶은 것들을 다 적은 뒤, 하나만 남기고 전부 지우는 것. 그리고 남은 하나를 "X에서 Y로, 언제까지"로 다시 쓰는 것. 회오리바람은 내일도 불 겁니다. 그 바람 속에서 병원을 한 뼘씩 옮기는 힘은, 매주 20분의 지켜진 약속에서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의 때마다 개선안이 나오는데 왜 하나도 실행이 안 되나요?

직원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일상 업무(회오리바람)에 정직하게 복무 중이기 때문입니다. 긴급한 일은 언제나 중요한 일을 이깁니다. 처방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 — 목표를 하나로 줄이고, 선행지표를 정하고, 점수판을 걸고, 매주 20분 그 목표만 다루는 세션을 분리 확보하십시오.

목표는 몇 개가 적당한가요? 개선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한 팀에 1~2개가 한계입니다. 목표 2~3개면 대부분 달성, 11개 이상이면 0개에 수렴한다는 것이 실행 연구의 결론입니다. "단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으로 고르고 "X에서 Y로, 언제까지"로 적으십시오. 나머지는 이번 승리 후 다음 차례입니다.

선행지표와 후행지표는 어떻게 다른가요?

후행지표는 이미 끝난 결과(매출·재예약률)라 오늘 움직일 수 없습니다. 선행지표는 결과를 예측하면서 팀이 오늘 통제할 수 있는 행동(당일 예약 제안률, 해피콜 완료율)입니다. 판별 질문은 "오늘 이 숫자를 움직일 수 있는가?" — 그리고 팀이 스스로 찾게 하십시오. 스스로 선택한 공약에만 헌신이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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