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원 첫 달 매출 6,400만원, 직원 14명 — 적자였습니다
제 이야기부터 솔직하게 하겠습니다. 개원 첫 달, 매출 6,400만원에 직원이 14명이었습니다. 인건비도 안 나왔습니다. 뭘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남한테 맡겼습니다.
블로그 대행업체, 월 300만원. 1년 했습니다. "저희가 다 해드릴게요." 올라오는 글을 보니까 — 다른 치과랑 똑같은 글에 이름만 바꿔 넣은 거예요. 1년 뒤 남은 건 3,600만원짜리 영수증이었습니다. 매출은 그대로. 다 해드린다면서요.
버스광고, 12대에 대당 400만원. 6개월 동안 전화 한 통 안 왔습니다. 12대예요. 천안 시내버스에 제 얼굴이 12대나 돌아다녔는데 전화가 한 통도 안 온 겁니다. 천안 살던 친구가 "너 버스에서 봤다" 한 게 유일한 성과였습니다.
컨설팅, 월 700만원. 우리 병원에 한 번 와본 적 없는 사람이 매뉴얼을 줬습니다. 안 맞았어요. 당연히.
1억 4,400만원을 날리고 깨달았습니다. 내 병원은 내가 고쳐야 한다.
그때부터 환자가 오는 과정을 쪼개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우리를 알게 되고, 어디서 관심을 갖고, 어디서 예약하고, 어디서 빠지는지. 한 단계씩 뜯어봤습니다. 그게 페이션트 퍼널이었습니다. 인지→관심→예약→방문→대기→진단→상담→진료→관리→소개, 10단계. 막힌 곳을 찾아서 뚫으니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5년 차에 연매출 100억을 넘었고, 지금은 120억입니다. 하루 신환 44명 중 32명이 소개 환자입니다. 73%입니다.
2. 마케팅 = 나를 알리기 위한 모든 행위
그러면 마케팅이 정확히 뭐냐. 가장 중요한 정의부터 드리겠습니다. 마케팅이라는 것은 나를 알리기 위한 모든 행위입니다. 모든 행위입니다. 전부입니다. 이건 제가 내 맘대로 떠드는 게 아니라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의 정의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동네에 현수막을 다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플레이스 광고를 돌리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여기까지는 "아 그렇지"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것만 마케팅이 아닙니다. 굳이 배달을 시키지 않고 우리 병원 주변 식당에 가서 인사를 하고 밥을 사먹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진료를 잘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환자분한테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접수 직원이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진료 끝나고 "불편하신 거 없으세요?"라고 한마디 건네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이 거창한 게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느껴지는 것뿐입니다. 단어에 속지 마십시오. 원장님은 이미 매일 마케팅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걸 마케팅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마케팅은 진료를 못하는 병원이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마음은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은 "나는 사장으로서, 대표원장으로서 레벨이 낮아요"와 다르지 않은 말입니다. 치과대학에서 6년, 수련까지 8~10년 동안 진료를 배웠지만 경영은 단 하루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배운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다만 모르는 것을 "필요 없다"고 치부해버리면 영원히 모르게 됩니다. 모르면 배우면 됩니다.
3. 마케팅·광고·콘텐츠·브랜드·브랜딩 — 5개만 구분하면 됩니다
대행사 미팅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베이스로 브랜딩 전략을 세우고 퍼포먼스 광고로 트래픽을 확보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고개만 끄덕여본 적 있으신가요? 뭘 사는 건지도 모르면서 계약서에 사인하는 루프, 오늘 끊어드리겠습니다. 딱 5개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용어 | 한 줄 정의 | 핵심 포인트 |
|---|---|---|
| 마케팅 | 나를 알리기 위한 모든 행위 | 광고는 마케팅의 부분집합일 뿐 |
| 광고 | 돈을 내고 억지로 보게 만드는 것 | 핵심 단어는 "돈을 내고"와 "억지로" |
| 콘텐츠 |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그 자체 | 그릇이 아니라 내용물 |
| 브랜드 | 남이 생각하는 나의 총체 |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님 |
| 브랜딩 |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을 일치시키는 과정 | 지겨울 만큼 반복해야 겨우 인식됨 |
특히 브랜드를 오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브랜드는 내가 "우리 병원은 편안한 병원이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와 내용들의 총합입니다. 내가 "편안한 병원"이라고 생각하는데 환자가 "거기 좀 무서워"라고 느낀다면, 그 갭이 바로 브랜딩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갭을 좁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뭘 잘하는지, 뭘 약속할 수 있는지를 콘텐츠로 가공해서 지겨울 만큼 떠드는 과정이 브랜딩입니다. 내가 지겨울 때쯤 사람들이 겨우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원장님은 100번째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걸 처음 듣는 사람이 항상 있습니다.
4. '어떻게'는 위임해도, '무엇을'은 원장이 정해야 합니다
알리는 행위는 세 가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① 누구에게 ② 무엇을 ③ 어떻게. 그런데 원장님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뭡니까. 대부분 세 번째입니다. 블로그로 할까 인스타로 할까 릴스가 좋을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어떻게 알릴까'까지 원장이 빠삭하게 알 필요는 없습니다. 알면 좋지만 우리는 그거 말고도 할 일이 많습니다. 이 부분은 대행사나 인하우스 마케터에게 위임해도 좋습니다.
다만 '무엇을 알릴 것인가'는 반드시 대표원장이 개입해야 합니다. 대행사는 우리 병원에서 하루도 진료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환자를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가 무엇을 알릴지를 어떻게 정합니까. 이건 오직 원장만 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건, 그 '무엇을'이 정해지면 '누구에게'도 덩달아 정해진다는 겁니다.
조금 더 정밀하게 가면 순서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구를 도울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겁니다. 앞니가 삐뚤빼뚤해서 고민인 사람을 돕겠다면 치아 교정을 알리면 되고, 앞니가 어두워서 고민이라면 라미네이트를 알리면 됩니다. 이 '누구를 도울 것인가'를 우리는 미션이라고 부릅니다. 액자 속 멋진 문구가 아닙니다. "환자의 건강한 미소를 위해" 같은 건 옆 병원도 똑같이 쓸 수 있는 좋은 말일 뿐입니다. 진짜 미션은 뾰족해야 합니다. "임플란트가 무서워서 몇 년째 미루고 있는 60대 어르신을 돕겠다" — 이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그분이 뭘 기대하는지 보이고, 뭘 알릴지 보이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가 보입니다. 세스 고딘의 말대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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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콘텐츠 = 메시지 = 약속
"마케팅 보고 온 환자들은 성향이 안 좋아요." 이 말, 정말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을 뒤집어드리겠습니다. 우리의 마케팅 활동은 일종의 약속입니다. 블로그에 "통증 관리에 특화되어 있습니다"라고 쓰면 "안 아프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약속을 한 겁니다. 인스타에 깔끔한 진료실 사진을 올리면 "깨끗합니다"라는 약속을 한 겁니다. 의식했든 안 했든 우리는 매일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맛집이라고 해서 30분 줄 서서 들어갔는데 맛이 없으면 화가 납니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동네 식당이 맛없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차이는 음식 맛이 아니라 기대의 크기입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이 잘못된 기대를 만들었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 실망과 분노가 생긴 겁니다. 광고를 보고 온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사람을 억지로 끌고 온 우리가 이상한 겁니다. 한 발 더 나가겠습니다. 내가 사람들의 성향을 나쁘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가?" 이 한 가지 기준이 마케팅의 절반을 해결합니다.
6. 마케팅은 점이 아니라 선 — 퍼널로 보십시오
블로그를 열심히 올리는데 예약이 안 늘어난다면, 블로그가 문제가 아니라 그 다음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블로그를 더 쓸 게 아니라 상담에서 새고 있었던 거예요. 광고비를 더 쓸 게 아니라 대기실에서 환자가 불안해하고 있었던 거예요. 막힌 곳을 찾아서 뚫으니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팅을 개별 활동의 합으로 보지 말고, 환자가 우리를 처음 알게 되는 순간부터 지인에게 소개하는 순간까지의 하나의 선(線)으로 보십시오. 이 관점이 페이션트 퍼널의 전부입니다. 각 단계별 진단은 신환을 늘리는 인지 설계, 상담 동의율의 비밀, 소개 환자 시스템에서 이어집니다.
- 네이버·구글에 우리 병원 이름을 검색했을 때 첫 페이지에 긍정적 정보가 충분히 나오는가?
- 우리 병원 반경 1km 주민 중 우리를 아는 사람이 몇 %인지 추정해봤는가?
- "우리 병원이 뭘 잘하는 병원인지" 직원이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는가?
- 지금 계약 중인 대행사가 하는 일이 광고인지, 오가닉 콘텐츠인지, 브랜딩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
- 우리 콘텐츠가 하고 있는 '약속'을 실제로 지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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